[기사] 씨네21- 지구를 지켜라 탄생기 (2003.03.21)
기사 출처
장준환과 <지구를 지켜라!> 탄생기 [1]
비밀인데요... 사실 난 돈키호테입니다. 곧 개봉예정인 <지구를 지켜라!>는 그 제목만큼이나 엉뚱한 영화다. 외계인으로 인해 자신의 모든 불행이 시작됐다고 생각하는 병구가 ‘지구를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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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과 <지구를 지켜라!> 탄생기 [2]
<모텔 선인장>을 끝낸 직후 그는 봉준호, 김종훈 감독과 함께 <유령>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한다. 차승재 대표가 던져준 “잠수함이 나오는 영화다. 일본이 나와야 한다”는 정도의 앙상한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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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과 <지구를 지켜라!> 탄생기 [3]
01. 프롤로그- 디카프리오가 영화의 영감을 주다 2000년 어느 봄날 , 감독의 자취방 오늘도 감독은 12시쯤 눈을 떠 졸린 눈을 비비며 늦은 아침을 먹고 멍하게 누워 시체놀이를 즐기고 있다. 1년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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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과 <지구를 지켜라!> 탄생기 [4]
04. 당신은 외계인을 믿으십니까? 강사장/ 지구를 처음 발견한 건 칠십오 대조 선왕님이셨어 강사장/ 선왕께서는 이 아름다운 행성을 푸른 행성이라고 불렀지.당시 푸른 행성은 멍청한 파충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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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과 <지구를 지켜라!> 탄생기 [5]
06. 에필로그 2003년 초 편집실 감독은 적이 당황하고 있다. “이 장면은 너무 어두워. 빼는 게 좋겠어.” 제작진들이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2002년 5월부터 11월까지 힘겨운 촬영을 끝낸 가뿐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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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생기 3 中 >
병구는 약을 먹어. 약을 먹으면 고통을 잊을 수 있으니까. 약을 먹으면 외계인들을 고문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니까. 약을 먹지 않으면 너무 무서워서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어. 병구는 약한 놈이야.
< 탄생기 5 中 >
감독은 적이 당황하고 있다. “이 장면은 너무 어두워. 빼는 게 좋겠어.” 제작진들이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2002년 5월부터 11월까지 힘겨운 촬영을 끝낸 가뿐한 상황임에도 감독의 표정은 어두워진다. 모든 스탭과 배우가 고생했지만, 그중에서도 누구보다 힘들어했던 주연 신하균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이 장면을 뺀다고 생각하니 감독은 하균 앞에 면목이 서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구? 다음을 봐라.
플래시백- 2002년 여름 강원도의 어느 국도
감독은 병구가 친구인 태식으로부터 무시당한 뒤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찍고 있다. 태식이 자신의 상처를 건드려 괴로운 병구의 내면이 드러나야 하는 장면이다. 병구가 자신의 뺨을 세게 때리며 트럭을 운전한다는 설정은 이렇게 그의 아픔과 이상심리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감독은 생각한다. 근데 왠지 불안하다. 병구 역의 신하균이 수동기어를 어색하게 조작하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드디어 감독은 ‘슛!’이라고 외친다. 불안한 기어소리와 함께 트럭이 출발하고 병구가 자신의 뺨을 때리기 시작한다. 어찌나 세게 때리던지 엄청난 엔진 소음 속에서도 ‘짝! 짝! 짝!’ 하는 따귀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이때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대형트럭. ‘악 이러다 사고가 나는 게 아닐까?’ 재수없는 생각을 하는 찰나, 아슬아슬하게 대형트럭을 비켜가는 병구의 트럭.하지만 그 순간에도 하균은 그치지 않고 ‘짝! 짝! 짝!’ 소리를 낸다. 놀란 가슴에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감독이 뺨이 벌겋게 부어오른 하균에게 다가간다.
감독: 얼굴 괜찮아? 아이구 많이 부었네….하균: (눈을 번득거리며) 어땠나요?감독: 좋아, 잘했어!하균: 정말 괜찮으세요? 전 괜찮으니까 맘에 안 드시면 한번 더….감독 : (당황해 고개를 마구 흔들며) 아… 아냐. 딱 좋아. 내가 원하던 대로 나왔어흐뭇한 표정으로 돌아서는 하균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음,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신하균 무서운 놈이다.’
다시 2003년 초 편집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목숨 걸고 찍은 장면을 빼내는 감독. ‘미안하다 하균아. 이 장면은 DVD에는 꼭 넣을게.’ 감독은 마음속으로 외친다.
촬영현장의 5대 사건외계인들은 말한다 “꾸오아-악떼ㄱ꾹”
첫 번째 사건: 2002년 6월 부산 - 외계어를 창조하다
병구가 강 사장의 외계인 이름을 알고 있다며 소리치는 장면. 감독은 신하균과 함께 외계인 말을 어떻게 소리낼 것인지 궁리 중이다. 비밀이지만… 사실… 감독은 외계인 언어를 모른다! 그래서 일단 시나리오엔 ‘quoaaktekguk’라고 적었는데. 그러니까 소리나는 대로 읽으면 ‘꾸오아-악떼ㄱ꾹’ 정도 될까? ‘아 그게 이렇게 목을 몇번만 상하좌우로 움직여주면 되는데….’ 감독은 마음속으로 이미 완벽한 연기를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외계 언어를 모른다는 사실을 스탭들이 알아챌까봐 모른 척 시치미 떼고 고민하는 척한다. 그런데 신하균이 눈의 끔벅거림, 삐죽거리는 입, 목 관절의 놀림까지 완벽하게 감독의 마음을 읽어내며 외계어를 만들어낸다. ‘그래 내가 원했던 게 바로 그거야!’

다섯 번째 사건: 2002년 11월 변산반도 해변 - 신하균, 유인원 변신
드디어 마지막 촬영이다. 대역을 써도 된다는데 신하균이 직접 유인원을 하겠다고 나선다. ‘이상하다. 어차피 유인원 탈을 쓰면 얼굴이 안 보일 텐데?’ 아무튼 하균의 열의는 감독의 마음을 촉촉하게 만들었다. 감독은 그 보답으로 이런 결심을 한다. ‘내가 너무 디테일에 집착한다고? 흥! 오늘은 마지막 촬영인데다 털옷을 입고 뼈를 내려치기만 하면 되니 연기도 필요없고. 좋았어. 가볍게 가는 거야.’잠시 뒤. 감독은 어느새 이렇게 말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하균아. 눈빛이 조금 더 슬퍼보였음 좋겠어. 손바닥이 5도만 뒤로 젖혀지면 어떨까?” 등등. 그러는 사이 조수간만의 차이가 뚜렷한 서해안 해변은 물이 차 오른다. 스탭들이 웅성거린다. “어 물 들어온다…. 우리도 잠기겠는데. 카메라는 저기 두고 왔는데 어쩌지?” 하지만 감독은 딴 생각을 하고 있다. ‘역시 털이 바람에 나부끼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